안전자산 선호 현상 꺾여 국채와 금 인기 시들
외환시장에서는 엔 약세…파운드와 유로 강세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영국의 새로운 내각 출범을 앞두고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데다가, 일본이 대규모 부양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도 가세했다.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나란히 최고기록을 세우고 마감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0.7% 높은 18,347.67에, S&P 500지수도 0.7% 오른 2,152.1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지수는 약 14개월 전의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S&P 500지수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0.7% 올랐다.

뉴욕증시에 앞서 마감된 유럽 증시도 상승장이 이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30 지수는 1.3% 올랐고, 프랑스 파리 CAC40 지수도 1.6% 상승장으로 마무리됐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역시 1.7% 높은 지수에 마감했다.

영국 런던 FTSE 100 지수는 지난주 상승 랠리에 따른 부담감 등으로 소폭(0.03%) 하락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로는 먼저 투자자들이 브렉시트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을 들 수 있다.

테리사 메이 내무부 장관이 13일 영국의 총리로 취임할 예정인 가운데 투자자들이 '제2의 대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메이 총리 내정자는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희망했던 장관으로, 그의 총리 취임이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추가 경기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금융시장을 들뜨게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속한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과감히 투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일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발표하면서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10개 분기 중 5개 분기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일본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푸는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강세는 국제유가도 급등시켰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은 4.6% 올랐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9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4.5%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강세를 보였던 달러가 약세를 보여 달러 이외 통화를 가진 투자자의 구매 여력을 키운 데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이 원유가격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EIA는 올해 WTI의 배럴당 평균 가격 전망을 42.83달러에서 43.57달러로, 브렌트유는 43.03달러에서 43.73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경우에 인기 있는 투자상품인 국채와 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었다.

미국의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3개월 만기인 단기 상품의 수익률만 떨어지고 나머지 만기 국채의 수익률을 모두 올라갔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수익률은 올라간 것이다.

미국 동부 시간 오후 4시 현재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0.076%포인트 올라가 1.51%를 기록 중이며, 30년 만기도 0.078%포인트 높은 2.2279%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입찰에 부쳐진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의 응찰률은 2.33을 기록해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적었음을 시사한다.

금값도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21.30달러(1.6%) 내린 온스당 1,335.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해지고 증시에 돈이 몰린 탓에 금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일본이 대규모 재정 정책에 나서게 되면 많은 돈이 풀려 엔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전날보다 1.9% 떨어져 1달러당 104.76엔을 나타내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가치가 하락했던 영국의 파운드는 반대로 강세를 나타냈다.

전날보다 2%가량 가치가 뛰어 1파운드당 1.32714달러 수준을 기록 중이다.

유로도 소폭이지만 달러 대비 강세를 띠고 있다.

1유로당 1.1063달러에 교환돼 전날보다 0.04% 강한 모습이다.

달러는 엔과의 교환비율에서는 전날보다 강해졌지만, 주요국 화폐 대비 강세 정도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5% 내려가 96.50을 기록 중이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