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3일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대형 악재를 딛고 약 3주 만에 장중 2,000선을 회복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삼성전자의 2분기 '깜짝 실적'으로 실적 장세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안도 랠리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대외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박스권 상단 수준에서 상승 여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 글로벌 부양책 기대에 국내외 증시 '안도 랠리'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2,013.60까지 오르며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다.

지수가 장중 2,000선을 밟은 것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6월24일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 전반에 '서머 랠리' 형태의 안도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나란히 최고기록을 세우고 마감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0.7% 높은 18,347.67, S&P 500지수도 0.7% 오른 2,152.1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영국의 새 내각 출범을 앞두고 브렉시트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크게 완화된 모습이다.

EU 잔류파였던 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이 차기 영국 총리로 확정되면서 영국과 EU의 관계 재설정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경기 하방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도 글로벌 증시에 훈풍을 불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영국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강화에 대한 시장의 낙관이 퍼지고 있다.

영란은행은 14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OJ도 엔화가치 급등과 일본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를 맞아 경기 부양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렉시트 여파로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적 스탠스가 더 공고해졌다는 점이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8조원대의 깜짝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증시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 외에 담배, 에너지, 화학, 화장품, 유틸리티 업종의 실적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1분기보다 양호한 2분기 실적 시즌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 "불안 요인들 여전…2,000선 안착 쉽지 않을 것"

그러나 브렉시트 등 대외 불안 요인들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안도 랠리가 박스권을 뚫는 강한 상승세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강하게 반등하는 글로벌 증시상황과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간에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 근거로 미국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유로존의 경제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소 연구원은 "역설적으로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정당화시키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2,030선 수준에서 상단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영국 영란은행의 통화정책 이벤트가 끝나면 곧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외국인의 매수세가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기계적인 플레이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추세적 상승을 예상하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사드 리스크'도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을 꺾을 요인으로 잠복해 있다는 분석이다.

한·중 양국간 갈등이 단순한 반한 감정을 넘어 무역보복과 중국계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기 급등 장세에 따른 펀드 환매 물량의 출회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더불어 내부적으로도 기술적 부담이 높아졌다"며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탄력은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9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0.37% 오른 1,988.66을 기록해 2,000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