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은 '시약 자동개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씨젠이 지난 15년간 축적해 온 동시다중 분자진단 시약 개발 경험과 데이터를 컴퓨터 가상실험(in silico)으로 디지털화해 만든 것이다. 분자진단 시약 개발에 필요한 복잡한
연구개발 과정을 컴퓨터 가상실험을 통해 단순화했다.

특히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됐던 개발 기간을 1주일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으며, 개발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개발비나 개발 인력의 한계 등으로 미뤄왔던 유전질환 연구와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씨젠은 그동안 호흡기 소화기 성감염증 등 주로 감염성 질환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앞으로는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 특정 암이나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유전자 변이 진단제품 개발에도 나서 유전질환의 조기진단과 예방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할 방침이다.

또 시약 자동개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연구자에게 맞춤형 '리얼타임 PCR' 시약을 개발해 공급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최대 4개의 DNA 표적을 동시에 찾아낼 수 있는 멀티플렉스 리얼타임 PCR 시약을 한달 안에 개발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자는 DNA 염기서열(시퀀스)만 제시하면, 복잡한 개발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맞춤 키트를 제공받게 된다. 올리고 효소 등 원재료와 함께 최적의 DNA 증폭 조건까지 함께 제공되며, 별도의 개발비나 최소 구매물량이 없어 다품종 소량 구매도 가능하다.

회사 측은 이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유전자 검사가 사람의 건강 뿐 아니라,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식물 반려동물 등 모든 분야에 제한 없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종윤 대표는 "시약 자동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DNA 증폭 시약을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술을 자체 시약 개발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과학자들에게 플랫폼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씨젠의 기술이 유전자 검사의 표준 기술이 될 것이며, 이는 씨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분자진단 대중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