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 ‘중국 기업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유일한 중국 국적 상장사인 중국원양자원이 허위공시를 한 사실이 드러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되면서 중국계 상장기업의 회계·공시 투명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2011년 상장 2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져 상장폐지로 이어졌던 중국고섬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증시 '중국 기업 트라우마' 재발하나
◆악몽 재점화한 중국원양자원

1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원양자원은 허위공시 사실이 드러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됐다. 이 회사가 지난 4월 ‘홍콩 업체로부터 대여금과 이자 등 74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고 계열사 지분 30%가 가압류됐다’고 공시했으나 이는 허위로 드러났다. 공시 관련 자료가 허술한 것에 의심을 품은 거래소가 근거 서류를 내도록 했지만 답하지 않자 지난 4월25일부터 거래를 중단시키고 중국 법원을 통해 소송이 접수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최대주주인 장화리 대표가 헐값에 유상증자를 해서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허구의 사실을 공시했을 것이란 관측이 증권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선박 사진을 포토샵으로 위조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한 척의 배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뒤 배의 번호만 바꿔 선박이 여러 대 있는 것처럼 속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이 생선 맛을 들이면 대박이 날 것’이라는 기대에 편승해 2014년 12월 1만415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대주주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거래 정지 당시 2045원까지 떨어졌다. 중국원양자원은 2009년 5월 상장 이후 다섯 차례나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전력이 있는 ‘상습 불성실공시법인’이란 오명도 받고 있다.

거래소는 15일까지 중국원양자원 측의 이의신청을 받고 이후 열흘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관리종목 지정 여부 등 징계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 추가 상장 어려울 듯”

이번 중국원양자원 사태가 중국계 상장사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8월 코스닥시장에 3노드디지탈이 상장한 이후 지금껏 총 18개의 중국 기업이 한국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렸고 이 중 40%에 가까운 7개 업체가 상장폐지됐다. 3노드디지탈을 비롯해 평찬차업 연합과기 중국식품포장 성융광전투자 등이 상장사 목록에서 사라졌다.

중국계 상장기업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결정적 계기는 2011년 ‘고섬사태’다. 중국고섬이 상장 2개월 만에 회계부정이 적발돼 거래 정지됐고 2013년 상장폐지되면서 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중국계 상장사에 대한 불신이 다시 고조되면서 외국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던 거래소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거래소는 중국 업체에 대한 강도 높은 상장심사로 투자자 불안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유가증권시장본부는 당분간 유가증권시장에 중국계 상장사를 상장시키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코스닥시장본부도 중국계 기업 유치보다는 국내 기업 상장 유치에 전념하기로 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엄격한 잣대로 외국기업을 심사하고 국내 기업 발굴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거래소가 중국계 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중국계 기업의 추가 상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만수/김동욱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