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4일 오후 4시17분

[마켓인사이트] '회계부정' 대우조선, 국민연금발 줄소송 당하나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부터 분식회계를 해온 정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당시 재무제표를 보고 이 회사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던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고재호 전 사장이 재임하던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5조4000억원대 분식회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 하고 있다. 분식을 거쳐 부풀려진 이익이 회사가 매년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부터 분식회계를 해왔을 것이란 혐의가 제기되면서 당시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강경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 주식에 투자해 2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3년 한 해 동안 대우조선해양 주식 1744만1569주(지분율 9.11%)를 사들였다. 매매 가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2013년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주가(2만9920원)를 감안하면 투자금액은 약 52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이 보유하던 주식을 본격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한 것은 정성립 사장이 새로 취임해 대우조선해양의 이전 분식을 떨어내기 직전이다. 공시일 기준 지난해 3월25일 191만주를 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6월11일까지 781만8926주를 팔아치웠다. 남아 있던 4%가량 지분도 지난해 6월 모두 매각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주가는 1만7894원 수준으로 2013년 대비 40%가량 낮았다.

국민연금은 주식과 별도로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1000억원을 투자해 105억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잘못된 재무제표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줬다면 국민의 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소송에 나서면 대우조선해양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다른 기관투자가도 적극적으로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응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어 소송을 통해 국민연금이 손실을 보전받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를 보고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산 일반투자자 중 일부는 대우조선해양과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이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총 6건으로 약 249억원 규모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