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형 사모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공모펀드를 추월했다. 공모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개인 자산가들이 사모 상품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전성시대

사모펀드 규모, 공모펀드 첫 추월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사모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228조9040억원으로 나타났다. 227조9291억원에 그친 공모펀드를 1조원가량 앞질렀다. 사모펀드가 순자산 규모에서 공모펀드를 추월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사모펀드의 주 고객은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다. 최소 1억~5억원의 자금을 넣어야 펀드에 가입할 수 있어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49명까지만 유치할 수 있다. 수백만원을 넣는 일반 투자자를 받으면 펀드 규모가 쪼그라들어 제대로 된 투자할동을 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 사모펀드 규모는 상품당 100억~500억원 선으로 공모펀드의 10분의 1 안팎이다. 덩치가 작은 만큼 시장 분위기가 바뀔 때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력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사모 시장으로 몰리면서 수익률 격차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사모펀드는 사전에 정해진 수수료만 받는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올린 수익의 10% 안팎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보수로 받을 수 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코스피지수가 3.09% 급락한 24일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공모펀드는 평균 3.06%의 손실을 냈지만 사모펀드의 손실은 1% 안팎에 그쳤다. 106개 사모펀드 중 3분의 1가량은 ‘플러스’ 수익을 냈다.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밑돈 상품은 5개뿐이었다.

◆브렉시트로 공모펀드 직격탄

브렉시트는 사모펀드의 순자산이 공모펀드를 앞지르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순자산은 펀드가 사들인 자산의 현재가치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시기엔 펀드 순자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 전날인 23일 공모펀드 순자산은 232조1545억원으로 228조6032억원을 달리고 있던 사모펀드를 여유있게 앞섰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순위가 뒤집혔다. 2거래일 사이 공모펀드 순자산은 4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오히려 3000억원 늘어났다. 사모펀드가 방어력 면에서 공모펀드를 앞지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선호현상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져 주식을 사 보유하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공모펀드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자문사도 사모펀드를 구성해 팔 수 있도록 관련 법규정이 바뀐 것도 사모펀드 시장 확대를 예측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은 사모펀드를 통해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사들이고 있다. 사모펀드 순자산에서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파생투자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0.2%에서 43%까지 커졌다.

■ 사모(私募)펀드

49명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운용하는 펀드. 자산 증식이 목적인 투자형 사모펀드와 특정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인수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주식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나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