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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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자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 24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흘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 기간 기관은 총 6180억원 어치 주식을 담아 7550억원 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특히 연기금의 매수가 두드러졌다. 연기금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전날까지 1961억원 어치 주식을 담았다.

이 기간 연기금이 주로 매수한 종목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코덱스200(1754억원)과 삼성전자(1039억원), 현대차(346억원) 등이다.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4일부터 전날까지 11거래일 연속 매수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1713억원)와 SK하이닉스(961억원), 현대차(829억원) 등을 중심으로 총 5191억원 어치 주식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이 아직 충분한만큼 당분간 연기금을 위주로 한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기금 수급의 90%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올해 기금 운용계획에서 국내 주식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상황을 보면 연기금이 지수를 일정 부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지수가 많이 빠져있기 때문에 연기금도 매수 여력이 아직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수가 2000포인트 부근으로 올라오게 되면 매수세가 다소 둔화할 수도 있다"며 "연기금의 연간 투자 목표에 따라 시황을 보면서 수급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브렉시트에 따른 국내 증시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 사장들과 모인 자리에서 "수급 조절 차원에서 연기금에 손절매(로스컷)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다수 기관들이 현 상황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있음을 알리겠다"며 "이를 통해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는 걸 자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충격이 다소 수그러들면서 1950선을 회복했다. 간밤 미국과 유럽증시도 일제히 반등에 성공해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도 외국인 매도 규모를 봤을 때 아직 저점을 확인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비관론도 경계해야 겠지만 적어도 시장 대응에 있어서는 추격 매수를 자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증시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저가 매수세 유입과 함께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아직은 보수적으로 시장을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음 주 후반 나오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접어들면 증시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