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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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환 시장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탈퇴가 결정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서다. 반면 잔류할 경우 원화 가치는 당분간 강세를 띌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0.36%) 내린 1150.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치는 나흘째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했다. 영국의 탈퇴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작했다. 등록 유권자 4649만9537명이 참여하는 이번 투표의 결과는 다음날 오전 8시 30분부터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통계 전문 업체인 유고브에 따르면 유럽연합 잔류 여론은 51.0%로, 탈퇴 48.0%를 2%포인트 앞섰다. 그보다 앞선 콤레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잔류가 49.0%로 탈퇴 42.0%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영국 잔류가 결정되면 원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성 해소에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확대되는 등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판단이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으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줄고 투자 심리가 개선된다"며 "이에 달러는 신흥국 및 아시아 통화 대비 약세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정을 받은 영국 파운드화의 반등도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민 연구원은 영국의 EU 잔류시 원·달러 환율이 113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의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은 만큼 환율이 이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는 것이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지금보다 소폭 낮은 1140원대를 중심으로 거래될 것"이라며 "그동안 환율이 꾸준히 하락하며 개선된 투자 심리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외환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극에 달해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25일 종가 기준으로 1241.0원까지 치솟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 등 유럽계 자금 이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얼어붙은 투자 심리에 신흥국 및 아시아 통화가 급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