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자본시장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드러난 회계업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치러지는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선거전이 이례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는 오는 22일 서울 종로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제43대 회장을 선출한다.

서울 총회장 외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등 5곳에서도 투표가 동시에 진행되고 당선자는 전국 표를 합산해 결정된다.

이번 선거에는 최중경(60)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만우(62)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민만기(73) 공인회계사 등 3명이 후보로 나서서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있는 최 전 장관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상임이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행정고시(22회) 합격 전에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붙어 삼일회계법인에서 잠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역시 삼일회계법인 출신인 이 교수는 한국세무학회장, 한국회계학회장을 역임하고 금융감독원 감리위원,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으로 활동했다.

삼일회계법인 이사 출신인 민 공인회계사는 인천공인회계사연합회장, 한국공인회계사회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역대 회장 선거는 '빅4' 회계법인으로 불리는 삼일·삼정·안진·한영에서 회장·부회장급 인사가 출마하거나 회계사 출신인 외부 명망가가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유력 후보가 도드라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전은 최 전 장관과 이 교수의 양강 구도로 형성되면서 박빙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최 전 장관과 이 교수 중 누가 당선될지 예측을 불허하는 팽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은 위기에 처한 회계업계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최 후보는 "정부에 몸담았지만 회계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업계와 지속적인 교감이 있었다"며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회계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회계사들이 희망이 없다면서 수없이 이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교수로서 회계업계에 진출하는 제자들이 사회적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 후보가 생각하는 회계산업 정상화 방법에는 견해차가 드러난 상태다.

최 후보는 고질적인 외부감사 업무의 저가 수주 문제 해소를 위해 제도적으로 감사 보수의 최저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반면에 이 후보는 이런 방식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엄격한 품질 감리를 통해 제대로 인력 투입을 하지 않는 부실 감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회계 투명서 제고 방안으로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초강경 제재 법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벌점제 도입 등을 통해 회계법인 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쪽이고, 최 후보는 범죄 의도가 없는 대표에게 결과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당선 유력 후보들이 회장에 당선되고 나서 대기업 사외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후보는 현재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최 후보는 효성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공인회계사회 회장 업무와 사외이사 업무 사이에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바닥까지 추락한 회계업계의 권위를 살리려면 업계 수장부터 각종 이해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원로 공인회계사는 "두 후보 모두 당선될 경우 회장직의 독립성 논란을 일으킬 자리에선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