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한국 주식시장을 지배한 불확실성 중 하나였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변경 ‘충격파’가 일단 비켜갔다.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국의 신흥시장 지수 편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물론 “충격받을 시간만 뒤로 미뤘을 뿐”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MSCI 폭풍' 비켜갔지만…'찜찜한' 증시
◆한국 정부 노력, 무위에 그쳐

미국의 주가지수 업체 MSCI는 15일 오전(한국시간) 발표한 연례 국가리뷰에서 “내년까지 한국이 MSCI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watch list)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A주의 MSCI신흥시장지수 편입도 유보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MSCI의 발표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3.20포인트(0.16%) 소폭 하락한 1968.83에 마감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 변화폭은 전날(6.76%)의 7분의 1 수준인 0.87%에 불과했다. 이는 이번 MSCI 조치가 한국 주식시장의 자금수급 환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시장에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점도 차분한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

MSCI는 원화 환전성 부족에 따른 투자 제한이 여전하고, 금융상품 개발과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데이터 사용 제한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을 관찰대상국에 올리지 않았다. 올 들어 정부는 MSCI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를 24년 만에 개편하고 주식·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을 8월부터 30분 연장하기로 했지만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역외 원화시장’ 개설 등 MSCI 측 요구는 외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수용하지 않았다.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촉발할 수 있는 중국 A주의 MSCI신흥지수 편입이 유보된 것에 대해선 ‘악재’가 해소됐다는 시각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중국 A주가 MSCI신흥지수에 5% 편입되면 한국 증시에서 2조7000억원이, 100% 편입되면 25조8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중국 A주의 신흥지수 편입 가능성 탓에 기관 매수세가 많이 위축됐는데 이번 조치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MSCI 지수 변경 충격을 피한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평도 내놨다. 중국 A주가 MSCI신흥지수 편입요건을 거의 충족했고 MSCI도 ‘중국 A주의 시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한 만큼 중국의 MSCI 신흥지수 편입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중국 본토펀드 자금의 향방은?

당초 중국 A주의 MSCI신흥지수 편입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본토펀드 투자자금 동향에도 큰 충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MSCI신흥지수 편입 여부 외에도 3분기에 시행될 예정인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도입 등 중국 시장에는 다른 변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A주의 MSCI 편입은 장기 사안이기 때문에 펀드의 자금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해외펀드에서 눈에 띄는 지역은 단연 중국이었다. 중국 본토펀드에는 지난주 26억원이 유입됐고 최근 3개월 동안 1718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1564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MSCI신흥지수에 중국 A주가 편입될 것이란 기대에 단기간 자금이 몰린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김동욱 / 이현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