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이 2013년 이후 매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본잠식 기업 수는 더 늘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회사를 제외한 10대 그룹 77개 상장사의 올 1분기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00.96%였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으로 꼽힌다.

2013년 말 127.49%에서 2014년 114.3%, 지난해 101.43% 등으로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재무 건전성은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항공기 구입 때문에 차입 규모가 큰 대한항공(903.75%)을 빼면 올 1분기 부채비율은 88%까지 떨어졌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24.92%)뿐만 아니라 삼성SDS(18.8%) 삼성전기(32.37%) 에스원(39.53%) 삼성SDI(43.4%)의 부채비율이 50% 미만을 유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차(34.77%) 기아차(63.7%) 현대모비스(24.57%)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38.97%), LG그룹에서는 LG화학(32.3%)이 2000년대 후반부터 매년 부채비율이 줄었다.

수익성 악화로 자본이 잠식된 상장사는 2013년 현대정보기술 한 곳에서 올해 네 곳으로 늘었다. SKC솔믹스 한진해운 등이 추가됐다. 삼성중공업(246.02%) SK네트웍스(214.74%) 포스코대우(209.51%) GS글로벌(327.69%) GS건설(239.91%) 등 6개사는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 이익이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져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은 기업 이익 개선세와 함께 부채비율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