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호재 더해졌다"…일각에선 "상승영향 제한적일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전격 인하하기로 하자 주식시장은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우는 것으로 반응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증시에 예상치 못한 호재가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한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불확실성,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관련 국민투표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국내 증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출현할 가능성을 주시하던 상황이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인플레 기대 심리가 큰 데 반해 한국은 디플레 우려만 팽배한 상황"이라며 "수출과 내수 경기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 고육지책으로 꺼내 들지 않았나 싶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분석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에도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쳐 점차 실업자가 늘고 소비는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전날 내놓은 자본확충 펀드로 시장에 돈이 늘어나면 금리가 떨어지는 효과가 생기므로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부진한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 연구원은 "선제적으로 방어 차원으로 금리를 내린 만큼 어느 정도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간 성장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장 초반 관망 심리에 보합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연중 고점을 갈아치우는 등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5포인트(0.31%) 오른 2,033.33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 등으로 2,000선 안착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하방 리스크(위험)를 완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이 추가됐다고 평가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내수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투자심리가 약화될 수 있는 시점에서 증시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호재 요인이 나타났기 때문이 일단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선물·옵션 동기 만기일에 따른 관망 심리가 깔린 데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 각종 글로벌 변수가 여전히 존재해 상승 탄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요한 것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이번 결정이 또 다른 상승 트리거(방아쇠)가 되려면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의 일환인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2분기 실적 기대감 등 펀더멘털(기초여건) 개선 요인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자체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워낙 낮아서 추가 인하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 자체의 영향은 오늘이면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대신 주가는 최근 2분기 실적 기대감 등으로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오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수혜주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날 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업종은 2.10% 상승했고, 건설업 역시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기대감에 1.38% 상승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실질적인 수혜주는 건설·증권주"라며 "금리 인하가 환율 측면에서 원화 약세 유인이 될 수 있으므로 수출주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 등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통상 금리 인하 피해주로 꼽히는 은행주는 금리 인하 가능성과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최근 주가에 선반영된 덕분에 오히려 1.55% 오름세다.

반면에 보험주는 2.00%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고 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 3년 금리가 아래 방향으로 추가 조정될 공산이 크다"며 "이러한 금리 변화는 직·간접적으로 배당주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