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내리자 주식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란 기대에 코스피지수가 한때 연중 최고치인 2035.27까지 치솟았지만 곧바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2010선이 위협받는 등 큰 폭으로 요동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경기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 없이는 추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상승장 올 것" vs "증시 이미 반영"
◆건설주 오르고 보험주 내리고

9일 코스피지수는 2.91포인트(0.14%) 하락한 2024.17에 마감했다. 하루 변동폭은 23.13포인트로 올 3월 이후 네 번째로 컸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지난해 11월26일 이후 처음으로 2030선을 뚫은 코스피지수는 개인(2280억원 순매도)의 차익실현 매물과 펀드 대량환매(1804억원 순매도)가 몰리면서 오후 한때 2012.14까지 밀리기도 했다.

종목별로도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뚜렷했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 삼부토건(18.06%) 남광토건(2.82%) GS건설(2.26%) 현대산업(1.99%) 등이 강세를 보였다. 증권주들도 가파른 등락을 거듭한 가운데 골든브릿지증권(2.30%) SK증권(2.22%) 현대증권(1.49%) 등이 상승세로 마감했다. 반면 현대해상(-3.92%) 동부화재(-3.19%) 삼성생명(-2.37%) 삼성화재(-1.92%) 등 보험주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엇갈리는 전망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적절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9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긴급 설문을 한 결과 7개사가 ‘적절한 시기에 취해진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원화 약세를 통해 수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고 미국의 원화 강세 압력으로부터도 다소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조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긍정론자들은 주식시장에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수출주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 호재라는 점에 주목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3분기에 상승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퍼지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정책당국이 경제살리기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금리 인하 조치만으로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 장세의 큰 틀을 깨기엔 힘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금리 인하 조치가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재정확대 등의 처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동욱/최만수/고은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