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오른 대형주에서 고를까, 탄력받은 소형주를 택할까.’ 투자자들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위안화 약세 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대형주의 우위를 예상하는 목소리와 저금리 시대의 대안은 성장성 높은 소형주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덜 오른 대형주 vs 탄력받은 소형주 '팽팽'
○대형주 실적 전망 ‘사상 최대’

8일 코스피지수는 0.77%(15.45포인트) 오른 2027.08에 마감했다. 최근 6거래일 연속 오르며 1년여 만에 140만원을 돌파한 삼성전자(8일 종가 140만6000원)를 앞세워 대형주 지수는 0.85% 상승했다. 대형주는 시가총액 상위 100위권 내 종목이다. 300위권까지는 중형주, 나머지는 소형주로 구분한다.

대형주 지수는 물론 코스피지수에 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여 만에 200조원대 시가총액(201조149억원)을 회복한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35%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강세에 이달 코스피지수도 1980선에서 순식간에 2030선을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본격적인 대형주 장세의 귀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미뤄진다 해도 연내 최소 한 차례는 인상될 것이고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한 금리인상은 수출주 비중이 높은 대형주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994년에도 미국 금리인상이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작용해 한국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대형주의 경우 그동안 순이익 수준에 비해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은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대형주의 12개월 예상 순이익은 91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대형주 지수 상승률은 2.96%로, 코스피지수 상승률(3.35%)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중형주 지수는 3.01%, 소형주 지수는 8.07% 올랐다.

삼성전자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중소형주는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순매수액(1조786억원)의 28%인 3029억원이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외국인 순매수액은 268억원에 불과했다.

○소형주 랠리 지속될까

그럼에도 대외 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온 소형주가 랠리를 지속해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미국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달러 약세 분위기 조성과 함께 한국은행의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진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준금리 하락은 배당주와 소형 성장주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 류 팀장은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고 수급 상황이 좋은 친환경 자동차 부품주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유욱재 IBK투자증권 스몰캡팀장도 “대형주 중에서도 자본·노동집약적 중후장대 산업은 구조조정 부담 등으로 전반적으로 하향세”라며 “시장의 관심은 지식집약적 산업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중소형주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정현/김동욱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