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5일 오전 5시15분

대구은행이 지난 3일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수요예측도 하기 전에 투자자들에게 선(先)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요예측 전 선판매는 채권 발행 가격(금리) 결정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본지 4월11일자 A25면 참조

대구은행이 1000억원어치 코코본드 발행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수요예측을 한 결과 기관투자가 6곳이 총 1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냈다. 모집액과 매수 주문액이 정확히 일치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블라인드 형식(실시간 주문 현황 미공개)으로 진행되는 수요예측에서 모집액과 주문액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대구은행과 발행 실무를 맡은 하나금융투자가 미리 투자자를 확보해 물량을 확정한 상태에서 형식상의 수요예측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수요예측은 채권을 발행하기 전 물량, 금리 등 발행 조건을 결정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전 청약 제도다. 이 절차를 거치기 전에 발행회사가 임의로 채권값을 정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금융투자협회의 ‘증권 인수 업무 등에 관한 규정’ 위반이다.

앞서 지난 3월 말 전북 우리 광주은행이 각각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모집액만큼의 매수 주문이 들어와 선판매 의혹이 불거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예측에 나섰다가 모집액을 채우지 못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선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코본드는 발행회사가 자본 부족 등 어려움을 겪으면 이자 지급이 중단되거나 원금이 전액 상각되는 고위험 채권이다. 지난 2월 유럽에서 독일 도이치은행이 과거 발행한 코코본드 이자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이후 국내에서도 코코본드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수요예측에 실패하면 회사 평판에 금이 갈 뿐 아니라 향후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우려한 은행들이 수요예측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코코본드를 선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