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이 덩치를 급속히 키워 출범 5년 만에 운용자산 규모가 5조원대를 돌파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과 개인 자금이 속속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총자산 규모(AUM)는 이달 초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까지 3조3천억원 수준이던 헤지펀드 운용자산 규모는 최근 5개월 새 급격히 불어나 5년 만에 5조원대를 찍게 됐다.

신생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가세 효과가 컸다.

타임폴리오가 지난달 말 한꺼번에 내놓은 4개 헤지펀드에는 판매 첫 날에만 3천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타임폴리오는 최소 투자금액을 10억원 이상으로 설정하는 강수를 뒀다"면서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열린 이후 단기에 최고의 판매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헤지펀드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자산규모가 1조2천37억원으로 2위인 안다자산운용(4천294억원)의 3배에 육박했다.

타임폴리오는 등장과 동시에 운용자산이 2천976억원으로 다른 신흥강자인 라임(2천169억원), 쿼드(2천706억원), 브레인(2천655억원)과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3개 이상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타이거자산운용이 6.78%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해 성적이 가장 좋았다.

원조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레인자산운용은 올해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12.2%로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자산규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평균 수익률은 3.3%로 나름 선전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을 굴릴 방법이 마땅치 않은 일반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더 몰릴 것으로 본다"면서 "연말이면 자산규모 6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공매도 공시 의무는 국내 헤지펀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새 자본시장법은 상장 주식 0.5% 이상을 공매도한 펀드는 공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운용사들은 투자 포트폴리오가 노출되는 것은 물론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자산 굴리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사모펀드의 일종인 헤지펀드가 '참여투자자 49인 이하' 규정에 묶여있는 것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헤지펀드를 활성화한다며 최소 가입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지만 49인 이하 규정 때문에 사실상 규모가 큰 펀드를 운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