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베어링, 흥국 등 중소형 운용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운용사의 올해 상반기 수익률은 2~3% 수준이다. 대부분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특정 업종이나 운용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게 수익률 방어의 비결로 꼽힌다.
베어링·흥국·NH-아문디 '웃고' 메리츠·현대인베스트·대신 '울어'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공모형, 2일 기준)은 -0.50%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21%)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운용사일수록 성과가 부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수익률 1위 운용사는 배당주에 집중한 베어링자산운용이었다. ‘베어링고배당’ ‘베어링고배당플러스’ 등 주요 배당주펀드가 선전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3.11%의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올 들어 2일까지 주가 상승률 8.33%) POSCO(23.42%) 한국전력(19.6%) 등 주요 편입 종목들이 골고루 올랐다는 게 베어링 측 설명이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상무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싼 주식의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주효했다”며 “올해 상반기는 ‘어떤 종목에 투자했느냐’보다 ‘어떤 종목을 안 들고 있느냐’로 운용사의 희비가 갈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엔 기업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안정적인데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자동차, 은행 등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흥국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도 부진한 증시에서 각각 2.57%와 1.54%의 운용 성과를 올리며 선전했다. 저변동성에 초점을 둔 ‘흥국로우볼전략’(4.13%), 국내 업종 대표 주식에 선별투자하는 ‘NH-아문디 대한민국베스트 30’(1.65%)처럼 안정적인 수익률에 방점을 둔 펀드들이 수익률이 높았다. 이규홍 NH-아문디자산운용 전무는 “중소형주, 가치주 등 특정 스타일에 치우친 운용사는 성과를 내기 힘든 장세였다”며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고, 리스크(위험) 분산에 초점을 두는 게 요즘 같은 장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소형주를 많이 편입한 메리츠자산운용(-6.70%)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6.51%) 대신자산운용(-4.63%)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공모펀드 시장을 주도했던 ‘메리츠코리아’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25%로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주요 편입 종목인 SK(-7.28%), 오뚜기(-29.55%) 등이 급락하면서 손실 폭이 커졌다. 코스피지수가 1980선까지 올랐음에도 펀드 수익률이 오르지 않자 아예 펀드에서 자금을 빼는 투자자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석 달 동안 이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99억원 안팎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