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의 희망 공모가가 적정 기업가치를 뛰어넘는 범위에서 정해져 자칫 고평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2일 "올해 예상 실적과 면세점 업황변동, 롯데그룹 자회사별 현황을 고려할 때 호텔롯데의 희망 공모가 수준이 상당히 높다"며 "공모가가 밴드 하단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이번 상장이 롯데 계열사 중 제2의 소문만 무성한 잔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기관투자가, 일반청약자, 우리사주조합 등을 상대로 4천785만주를 공모한 뒤 이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액면가 5천원) 9만7천∼12만원으로 결정됐다.

그는 "최저 공모 희망가격인 9만7천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신주 발행을 통해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은 3조3천억원, 구주 매출(기존 주주 보유분 매각)로 일본 계열사가 회수하는 자금은 1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한 공모가격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2∼40배로 경쟁사인 호텔신라의 26.3배보다 22∼52%나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은 2006년 2월 상장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가 34만∼43만원에서 결정됐다.

롯데쇼핑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40만원으로 확정돼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11조원에 달해 신세계(9조원), 현대백화점(2조원) 등 유통업종 내에서 가장 큰 대어로 꼽혔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22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차 연구원은 "호텔롯데는 월드타워점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최근 신규점 허가로 면세점 진입장벽은 낮아졌다"며 "현재 면세점, 호텔, 테마파크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위한 투자에 나설 시기에 있다는 점에서 적정가치에 대한 추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텔롯데는 이달 15∼16일 수요예측을 거쳐 21∼22일 기관투자가, 일반청약자, 우리사주조합 등을 상대로 한 청약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상장 예정 주식은 모두 1억3천655만주로 이달 29일부터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계기로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의 추가 상장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