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스톡옵션 행사가 상장의 목적 중 하나"
日 증시 침체로 저평가 우려…네이버 주가에 악영향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현재 추진 중인 해외 상장이 성사되면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대규모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이대로 상장이 강행되면 국내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라인이 이르면 7월 미국과 일본 증시에 상장될 것이라는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인은 본사를 일본에 두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벌이는 네이버의 알짜 자회사다.

지난 3월 말 글로벌 월간 활동 이용자(MAU)가 2억1천840만명에 달했다.

라인의 해외 상장설은 2014년 7월부터 수차례 불거졌다.

그럴 때마다 네이버는 "미국·일본에서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례를 볼 때 이번 소문도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라인이 작년 하반기부터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등 손익을 관리한 점, 올해 들어 실적이 개선된 점을 감안할 때 상장 분위기가 꽤 무르익었다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라인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를 상장의 첫번째 목적으로 꼽는다.

당장 대규모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 계획 없이 상장을 추진하는 데는 내부적인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버는 라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전체 주식 1억7천499만2천주 가운데 2천566만9천주(14.6%)를 주식교부형 스톡옵션으로 라인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상태다.

네이버 최고위 간부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 황인준 최고재무경영자(CFO), 김진희 인사그룹장 등이 라인의 등기이사나 감사로 재직해왔고, 스톡옵션으로 얻은 주식은 상장을 통해 쉽게 처분할 수 있다.

라인이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하기 전인 2012년부터 스톡옵션을 받아온 일부 임직원들은 회사 상장을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모두의 관심은 라인이 해외 증시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로 쏠린다.

전날 국내 증시의 네이버 주가가 장중 7.5%까지 급락해 투자자들에 손해를 안긴 것은 일본 증시의 라인 시가총액이 6천억엔(약 6조4천600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때문이었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라인의 가치를 최소 1조엔 안팎으로 평가해왔다.

이런 가치가 네이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가 예상치 못한 저평가를 악재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일본 증시는 지난해 6월을 고점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가 이 와중에 비교적 싼 값에 라인의 상장을 강행할 경우 국내 개미 투자자를 제물로 삼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라인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상장 목적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회사는 여론 악화라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일본 증시 상장이 성사된 후 라인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전량 행사해 장내에서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 총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현금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라인의 해외 상장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대로 상장이 추진되면 국내 네이버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이 네이버 주식을 싸게 매수할 기회가 왔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상장을 전후로 주가 불안정성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네이버와 라인의 성장성이 매우 밝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