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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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지난 2월 26달러에서 석달 만에 50달러 수준까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위험자산 선호 신호로 한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8센트(0.2%) 떨어진 49.48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배럴당 50.21달러를 기록하면서 7개월여 만에 5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도 한때 배럴당 50.51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유가는 연초 공급 과잉과 산유국간 생산량 감축에 대한 마찰 등으로 줄곧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공급 차질과 재고량 감소가 나타나자 반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 셋째 주 원유 재고량이 전주 대비 423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50만배럴을 크게 웃돈 것이다.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이 공급 차질을 빚고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는 반군 공격과 경제난에 따른 공급 차질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두 국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생산 비중이 각각 7.35%와 5.09%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非) OPEC 국가들의 생산 감소와 더불어 탄탄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국제유가의 우상향 흐름을 지지해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생각을 달리했다. 과거처럼 긍정적인 요인만은 아니란 것이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저유가에 익숙한 상태에서 국제유가의 빠른 상승세는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경기와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에 민감한 철강 화학 건설 등의 업종보다는 경기방어주(株)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과 경제 부담을 고려할 때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대신 경기방어주에 중점을 두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증권팀장은 "한국은 세계 물가가 상승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며 "만든 물건을 비싸게 내다 팔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관련 제품 가격과 운송 비용 등이 상승한다"며 "생산 제품을 비싼 값에 내다팔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경제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와 신흥국 증시의 움직임. 사진=하이투자증권
국제유가와 신흥국 증시의 움직임. 사진=하이투자증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와 신흥국 증시는 이달부터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흥국 증시는 국제유가와 같은 방향성을 띠었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해, 투자가 위축됐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국제유가와 달리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강재현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은 호재지만, 미국 금리인상 여부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심리 또한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고 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