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시간 연장, 금융당국의 변덕과 졸속
“증권거래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더 걷으려는 꼼수다.” “증시 활성화 효과는 없고 증권사 직원 퇴근시간만 늦어질 것이다.”

24일 한국거래소가 “8월부터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일부 네티즌과 증권사 관계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해외로 나가려는 투자 수요를 국내에 머무르게 하고 중화권 시장과의 연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김원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라는 설명에도 이들은 ‘삐딱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5년 가까이 장기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에 갇혀 거래대금은 줄고 글로벌 증시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런 상황에서 활력을 잃어가는 시장을 살려보겠다며 고심 끝에 나온 처방에 대해 이처럼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우선 왜 거래시간을 연장해야 하는지, 거래시간을 연장하면 어떤 효과가 있일지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 미흡했다. 자본시장의 일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어야 했지만 상당 부분 ‘밀실’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거래소는 당초 주요 증권사와 관련 기관에 7월1일부터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한다고 통보했다가 1주일여 만에 돌연 8월1일로 날짜를 바꿔서 발표했다. 주식 거래시간 변경에 맞춰 외환 거래시간도 연장해야 하는데 기획재정부 관련 부서가 난색을 보이자 갑자기 날짜를 바꾼 것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업계와도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시장에 군림하는 태도를 보여준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2000년 점심시간 휴장을 폐지한 이후 16년 만에 매매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큰 공사’를 해놓고도 박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정책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시장과 업계의 참여 및 협력 없이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자본시장의 오랜 경험이다. 당국의 이번 거래시간 연장은 수용자를 배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졸속행정이다.

최만수 증권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