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박스권 증시] 박스권 탈출 '첩첩산중'
5년간 지속된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 장세가 해소되기는커녕 갈수록 견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과 수급여건 등 주가를 결정하는 내외부 환경이 모두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 변동구간을 1700~2100대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도 박스권 탈출이 힘들다는 얘기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관계없이 박스권 상단에 대한 전망은 비슷하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1900~210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고 미래에셋대우(1700~2150), 하나금융투자(1850~2100), 현대증권(1880~2100) 등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지수 2100선을 최상단으로 점쳤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부터는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벤트가 너무 많다”고 그 근거를 설명했다. 극단적 박스권 장세를 만든 해외변수가 올 하반기에도 ‘저승사자’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선전·홍콩 증권거래소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 출범이 임박했고 중국 A주의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여부도 우리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박스권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심리가 여전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장기 투자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 매력을 잃고 있다”며 “투자가 줄면서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초장기 박스권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경제 성장동력 상실과 주력 제조업의 몰락, 인구 고령화 등 과거 일본이 걸었던 길을 한국도 뒤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