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R. 사진 출처=미쓰비시 공식 홈페이지
RVR. 사진 출처=미쓰비시 공식 홈페이지
일본 닛산자동차가 연비조작 파문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키로 함에 따라 글로벌 차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미쓰비시 인수로 닛산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글로벌 판매 시장에서의 순위 다툼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닛산이 얻게 될 규모의 경제와 엔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산은 2000억엔(약 2조1500억원)을 들여 미쓰비시의 주식 30% 이상을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3대 그룹으로 재편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닛산의 미쓰비시 인수가 국내 자동차 업체와 주가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우선 내다봤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미쓰비시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데다, 현대·기아차와 주력 시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쓰비시의 시장 자체가 현대·기아차랑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며 "미쓰비시 연비 조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현대·기아차의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의 주요 시장은 일본 내수 경차시장과 동남아시아다. 미국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연간 판매량은 약 10만대 내외로 저조하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미국에서 9만5342대를 팔았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미쓰비시가 이미 이전부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현대·기아차 주가가 이번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미쓰비시 인수로 닛산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점은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생산시설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99년 닛산이 르노에 사실상 인수합병된 이후 일본에서의 판매 비중을 대폭 낮췄고, 이 때문에 닛산은 엔저 효과의 수혜를 크게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닛산은 미쓰비시 인수로 인해 일본 생산시설을 얻게될 것"이라며 "엔저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에서 르노(프랑스 르노그룹)-닛산얼라이언스의 판매 순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임 연구원은 "미쓰비시의 연간 판매대수인 약 100만대 정도가 더해질 경우 르노닛산얼라이언스와 현대차와의 대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852만대를 판매해 4위를 기록했다. 미쓰비시는 125만대를 팔았다. 두 회사의 판매대수를 더하면 3위인 GM(제너럴모터스)의 980만대와 맞먹게 된다. 5위인 현대차(801만대)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