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속의 비상장사] 블랙야크 창업자 강태선은
블랙야크의 창업자 강태선 회장(사진)은 아웃도어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무일푼의 제주 출신 청년이 상경 40여년 만에 매출 5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일궜기 때문이다.

강 회장을 설명하는 화두에는 늘 ‘산(山)’이 있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인 동시에 ‘전문 산악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등 세계적 고산(高山)의 등정을 지휘하는 원정대장을 맡기도 했다.

강 회장이 아웃도어의 선구자가 된 것도 산이 좋아서라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기업경영은 그 결과일 뿐 언제나 마음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산이라는 설명이다. 크고 작은 위기를 돌파할 때도 산을 찾는다. 국내 사무실에서 회의하다가도 돌연 산이 보고 싶다며 수시로 히말라야행 비행기를 탄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떠난 히말라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하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1995년 출시된 블랙야크라는 브랜드명이다. 당시 강 회장은 히말라야 등산로에서 검은색 털로 뒤덮인 야크 한 마리를 발견한 뒤 브랜드 교체를 결심했다고 한다. 종전 브랜드는 주로 등산장비에 사용되던 ‘자이언트’ 등이었다.

새로운 브랜드 구상이 끝나자 사업재편 방향도 일사천리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당시 아웃도어시장의 매출은 등산장비 90%, 등산복 10%였다. 강 회장은 블랙야크를 새 브랜드로 앞세워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았던 등산복 시장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바로 이 순간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급성장한 계기였다는 것이 강 회장 측의 전언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