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는 인가 기준이 펀드 수탁액 5조원에서 3조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종합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또 올 하반기부터 ‘1그룹 1운용사’ 규제가 사라져 운용사들이 여러 특화 운용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자산운용 그룹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규제 확 푼 자산운용시장 '격랑 속으로'
○어떤 운용사들 혜택 받나

금융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산운용사 인가정책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엄격한 인가정책을 대폭 손질해 역량 있는 운용사가 쉽게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촉진하고, 다양한 비즈니즈 모델을 보유한 자산운용그룹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이번 제도 개편의 취지다.

우선 사모펀드 운용사가 쉽게 공모펀드나 종합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인가 기준을 낮췄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등록만 해도 진입할 수 있지만 종전 기준으로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려면 운용사 3년 업력과 펀드 수탁액 3000억원을 충족하고, 2년간 기관 주의 조치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펀드 수탁액 외에 연기금·법인 등으로부터 일괄 운용을 위임받은 일임자산까지 포함해 3000억원을 보유하고, 2년간 기관 경고 조치만 없으면 가능해진다.

또 공모펀드 운용사가 증권·부동산·특별자산 등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종합운용사로 전환하는 기준을 종전 ‘운용사 5년 경력과 펀드 수탁액 5조원 충족’에서 일임자산을 포함해 펀드 수탁액 3조원만 충족하면 되도록 바꾸기로 했다. 다만 주식 채권 등 증권운용사는 공모펀드 1조원, 부동산 특별자산 등 실물 운용사는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펀드 각각 3000억원을 보유해야 한다. 계열사로 받은 일임자산은 절반만 인정해준다. 이로써 쿼드 브레인 파인트리 등 11개사가 공모운용사로, 신영 한국투자밸류 등 6개사가 종합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사모펀드 운용사가 공모펀드 운용사를 거치지 않고도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 투자 펀드를 각각 3000억원 운용하고, 운용사 업력 5년과 수탁액 요건(3조원)만 갖추면 종합운용사로 직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로 했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지난해 요건 완화로 사모운용사 진입이 크게 늘어난 만큼 특색 있고 역량 있는 운용사들이 공모·종합운용사로 전환해 시장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에도 사모펀드 겸영 허용

현행 ‘1그룹 1운용사’ 규제도 풀린다. 지금은 한 금융그룹이 하나의 운용사만 둘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운용사를 인수할 경우 합병만이 유일한 선택지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액티브 패시브 연금 헤지펀드 등 전문(특화) 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분사해 그룹 차원의 운용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안 과장은 “운용 부문별 특수성을 고려해 별도 법인을 두면 보수체계, 운용 시스템도 법인별로 차별화할 수 있어 경영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 운용업 겸영도 허용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이번에 △별도 사무공간 이용 △준법감시 부서 별도 설치 △펀드 관리 업무 위탁 의무화 등 이해상충 방지 방안을 새로 마련했다. 현재 NH투자증권 등 15개 안팎의 증권사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미/이유정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