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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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주식시장 격언처럼 모두들 팔기에 바빴다. 코스피지수가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도 탓에 1970선으로 밀렸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5조9000억원 넘게 한국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 반등을 이끈 외국인이 순매도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너도나도 ‘관망세’에 추락

2일 코스피지수는 16포인트(0.80%) 하락한 1978.15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달 11일(1970.37) 이후 14거래일 만에 지수가 1970대로 되돌아왔다. 이날 증시 하락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1773억원 순매도)과 외국인(333억원 순매도)이 동반 순매도에 나선 탓이 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69.72%인 617개 종목이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부분 하락했다. 포스코가 4.99% 급락했고 신한지주(-3.11%) 삼성물산(-2.29%) 삼성생명(-1.37%) SK하이닉스(-1.07%) 등도 낙폭이 컸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어린이날(5일)과 6일 임시공휴일을 앞두고 투자자 사이에 관망 심리가 퍼졌다”며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와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주요 해외 경제 지표 발표를 앞둔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이탈 본격화 하나

주식시장의 관심은 한국 증시에 영향력이 큰 외국인 자금의 흐름이 바뀔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10거래일 만에 중단된 데 이어 이날도 외국인은 순매도를 나타냈다.

증권가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빌미가 될 만한 변수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부장은 “지난 3월 이후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부국의 증시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한국 대만 중국 등 원자재 수입국 증시는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익을 실현하고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중국 A주가 MSCI신흥국지수에 편입되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들이 한국 투자자금을 중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MSCI신흥국지수에 50% 편입되면 MSCI 내 한국 비중은 0.4% 감소하고 5238억원가량의 외국인 매도 물량이 나올 것”이라며 “MSCI 추종자금이 추가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올 1분기 실적 시즌에서 증시 영향력이 큰 ‘전·차(전기전자·자동차)군단’이 한계를 드러낸 점도 부담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둔화에 애플의 실적 부진 여파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정보기술(IT) 부품주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졌다. 현대자동차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5% 줄어드는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1·2위인 IT와 자동차 업종이 저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