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행·시공업체(건설사)와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앞다퉈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있다. 부동산펀드 운용사를 자회사로 두면 모회사의 부동산사업에 자금을 유치하기가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급리조트 개발업체인 에머슨퍼시픽은 ‘에머슨자산운용’(가칭)을 이달 말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 신청할 계획이다. 에머슨퍼시픽이 100% 출자하는 자회사다. 모회사의 특성을 살려 일반 업무용 빌딩(오피스)이 아닌 호텔·리조트·쇼핑몰 등이 결합된 복합시설에 프로젝트 펀드(투자 대상이 정해진 펀드) 형태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첫 번째 투자는 2조~3조원 규모로 생각하고 있다”며 “중국에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설립된 ‘한강에셋자산운용’은 중견 건설사인 대보건설의 최정훈 부사장이 최대 주주다. 대보건설이 직접 출자한 회사는 아니지만 대보건설 창업 2세인 최 부사장이 세운 회사여서 대보그룹 계열에 속한다. 정부청사·공공임대 아파트·도로공사 등 시공을 주력으로 하는 대보건설의 경험을 살려 인프라펀드 등 투자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부동산 시행사인 엠디엠그룹도 지난해 말 자회사로 ‘한국자산에셋운용’을 설립했다.

기존 운용사를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은 지난달 ‘마이애셋자산운용’을 인수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마이애셋이 부동산과 부실채권(NPL)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신탁회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회사가 부동산 자산운용사 설립에 속속 나선 것은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부동산펀드 자산 규모는 38조4590억원으로 1년 전(31조4960억원)에 비해 7조원가량 늘었다.

일각에서는 사업성이 적은 모회사 사업에 자회사인 운용사가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제84조와 85조를 통해 자산운용사가 이해관계자와 불공정 거래를 못 하도록 막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운용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펀드

펀드 자산의 50%를 초과해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실물 부동산뿐 아니라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부동산 개발을 위한 대출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