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산이 60% 이상 폭락해도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안전형 주가연계증권(ELS)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올해 1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폭락 이후 위축된 ELS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주력 상품의 수익 구조를 뜯어고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움츠렸던 ELS '안전형 상품'으로 기지개
○초저 녹인 ELS 전성시대

NH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녹인(knock-in) 배리어(손실구간 진입 시작 지점)’를 38로 설정한 ELS를 매주 내놓고 있다. ‘녹인 배리어 38’은 ELS의 기초자산으로 쓰인 지수가 계약 시점의 38% 선(62% 하락)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사전에 정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LS 안전선을 지수 ‘반토막’에서 ‘3분의 1 토막’ 근처까지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엔 ‘안전형’으로 분류된 상품들도 녹인 배리어가 45~50에 달했다.

시장은 녹인 배리어가 낮은 ELS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판매한 12385호는 67억원 모집 한도에 553억원이 몰려 8.25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000만원을 청약한 투자자가 120만원 안팎의 물량밖에 배정받지 못했을 만큼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초저(超低)녹인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6129호(연리 7.0%, 녹인 배리어 38), 삼성증권 13567호(연리 5.0%, 녹인 배리어 37)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 시장이 공포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저녹인 상품이 인기를 끌기 마련”이라며 “상반기까지는 저녹인 ELS의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안정형 ELS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와도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연초 투자자들의 골치를 썩였던 홍콩H지수는 9000선 안팎을 횡보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녹인이 38인 상품에 가입하면 지수 3400선까지가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안전선이다.

○달아오르는 ELS 시장

안정형 ELS의 인기에 힘입어 ELS 시장도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ELS 신규 판매액은 4조24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2조8333억원)보다 50%가량 판매가 늘었다. 4월 들어서도 ELS의 인기는 꾸준하다. 지난 1일부터 22일 사이 판매된 ELS는 2조4429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월말까지 3조5000억원어치 정도의 ELS가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3월14일 최대 250만원까지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등장한 것도 ELS 시장 회복에 보탬이 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 판매사의 이익을 최소화한 ‘미끼상품’을 내놓는 회사들이 늘면서 ELS 모집액이 늘었다는 해석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