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한 현대상선 해외 투자자들이 사채 회수에 나섰다.

최근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하던 현대상선 해외 사모 교환사채(EB)를 교환 대상인 KB금융지주 주식으로 일부 교환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해외 사모 교환사채 잔액이 작년 12월 말 1천억원에서 4개월도 안 돼 절반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올해 주식 교환을 청구해 사채잔액이 500억원 미만으로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2013년 5월 싱가포르 등 해외 금융시장에서 1억1천760만 달러(1천300억원) 규모로 사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2018년 5월9일 만기의 이 교환사채는 주당 4만2천700원에 KB금융지주 보통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2013년 6월9일부터 교환 청구가 가능했으나 KB금융지주 주가가 최근 3만원대로 교환가액을 밑돌아 주식으로 교환한 투자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해외 투자자들의 교환 청구가 잇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나중에 더 큰 손실을 막으려고 보유 교환사채를 주식으로 미리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9일 조기상환 청구일 전에 위험을 낮추려고 서둘러 위험 분산에 나선 투자자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상환 청구일이 되면 그동안 주식 교환 청구를 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현대상선에 원금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금난에 빠진 현대상선은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울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앞서 지난 7일에도 국내에서 공모 발행된 1천200억원의 사채가 미지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채권이 기한이익을 상실하면 사채권자들이 법원에 가집행을 신청할 수 있으나, 기업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야 가능하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을 통해 법정관리를 최대한 피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현대상선이 해외 투자자들에게만 사채를 상환해주면 채무 재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대상선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상선 측은 내달 9일 조기상환 청구에 대한 대응책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