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반복되는 ‘뻥튀기 출자’ 사기·횡령 사건에서 ‘유령회사’를 ‘우량회사’로 평가한 회계사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지난 19일 다섯 명을 구속 기소한 디웍스글로벌 사기 사건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유망 의료기기업체로 평가한 회계사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디웍스글로벌 건은 이 회사가 2010년 말 코스닥시장에서 100억원대 유상증자를 하자마자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155억원을 빼돌려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다.

기업가치 평가를 맡은 다인회계법인은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디웍스엔터프라이즈를 133억~188억원으로 평가, “출자금 155억원은 적절하다”는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에이즈 진단키트를 팔아 한 해 매출 300만달러가량을 올리는 의료기기업체라고 설명했다.

남부지검 수사 결과 모두 거짓이었다. 디웍스엔터프라이즈는 매출도 없이 사무실만 있는 ‘유령회사’였다. 자본시장법에선 거짓 기재 사실을 알고도 주요사항보고서의 중요한 사실을 묵인한 공인회계사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부과 등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평가 기업에 대한 충분한 주의 없이 기업이 제공한 자료만으로 기업가치를 잘못 매긴 책임은 있지만 디웍스엔터프라이즈의 실상을 몰랐던 부분은 고의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디웍스글로벌이 상장폐지되기 3개월 전인 2013년 1월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발견해 디웍스글로벌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인회계법인은 소속 회계사가 부산저축은행 외부감사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묵인한 혐의로 기소되는 등 홍역을 앓다가 문을 닫았다.

공시 단계에서도 뻥튀기 출자의 근거가 되는 주요사항보고서는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비해 주요사항보고서는 꼼꼼히 살필 여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