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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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이 18개월 만에 달러당 110엔 밑으로 내려갔다. 작년까지 120엔선 안팎이던 엔화가 3개월여 만에 10% 넘게 가치가 뛰어오른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고(엔화 강세)가 당분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8일 오전 10시5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2엔 오른 108.73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09.79엔으로 떨어지며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10엔대가 무너졌다 . 7일에는 장중 107엔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엔화로 자금이 몰리게 되면 국내 증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의 엔고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보다는 정책 이슈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는 피해야 한다"며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한 엔화 약세 정책을 추진해 왔던 이전과는 뚜렷하게 다른 입장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엔화의 강세 전환은 글로벌 복합 불확실성이 일본의 통화부양 시도를 압도한 결과"라며 "엔저를 시작으로 내수 활성화를 이루겠다던 아베노믹스 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 시장의 통화들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는 것도 엔화강세가 안전자산 선호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준다. 엔화 강세 현상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해석하려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돌아서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엔화 강세가 장기 추세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여지는 있지만 100엔 이하로 안착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과 일본의 정책기조 차이가 여전하며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이 다시 확산된다면 엔·달러 환율 역시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엔화와 원화의 상관관계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엔화 강세가 원화에 미치는 강세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국내 수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국내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재유입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고 현상은 특히 국내 수출주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엔화 매출기업과 과거 엔저 시절의 충격으로 부진했던 업종의 낙폭 만회 시도가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카지노 소프트웨어 등 엔화 매출기업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성과는 사후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엔저기간 중 부진을 면치 못했던 조선 에너지 화학 운송 철강 자동차 등의 업종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