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액티스' 탈락 분위기…발표는 4월1일로 또 연기

현대증권 새 주인을 가리는 작업이 막판 혼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의 '2파전'으로 압축된 분위기다.

30일 매각 주간사 EY한영과 채권단,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가운데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막판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모두 현대증권이 당분간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마지막 대형 증권사라는 점에서 당초 시장의 예상 수준인 7천억원대 초중반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을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1조원 이상을 베팅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다크호스'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액티스는 탈락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그룹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격·비가격 요소를 모두 고려해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2파전으로 좁혀진 것으로 안다"며 "액티스는 경쟁에서 이미 밀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각자 측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전 세부 조건을 두고 인수 후보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현대증권 매각이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만큼 그룹 측에서도 거래 종결의 확실성과 현금 유입의 신속성 등 '비가격적 요소'를 더 꼼꼼하게 따지는 것으로 보인다.

EY한영 관계자는 "거래 구조를 최대한 유리하게 가져오기 위한 이런저런 작업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자 측은 이를 위해 인수 후보자들에게 계약서 초안에 담긴 문구를 분명히 해 다시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의 M&A 절차에서 매각 측과 인수자 측은 SPA 체결 후 부실자산 확인 실사 등에 기초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매각자 측은 가격조정 없이 입찰가를 최대한 확정해 주는 쪽이 더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력 후보자 간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할인 조건 등에 대한 확인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도 "현대그룹 측이 자금이 들어오는 부분을 최대한 선명하게 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 같다"며 "현대상선 구조조정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현대그룹은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막판 신경전이 이어지며 우선협상자 선정 및 발표가 4월1일로 또 한 차례 연기된 상황이다.

인수 후보자 3곳이 제시한 가격과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격 비교는 29일 이미 이뤄졌다.

애초 가격 비교 직후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논의할 내용이 남았다는 이유로 30일 오전으로 발표가 한차례 연기된 데 이어 다시 4월1일로 미뤄진 것이다.

일정이 계속 변경되면서 인수 후보자와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본입찰 마감 이후 우선협상자 발표까지 일주일이나 소요되자 현대그룹의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현대증권의 매각 과정에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매각 과정의 투명성조차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