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펀드 매매이익에 대한 세금을 투자자가 환매할 때까지 유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매년 세금을 떼는 바람에 이후에 손실이 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익보다 과도한 세금을 낸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30일 금융투자협회는 기획재정부가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시행령(제26조의2)을 지난달 17일 개정,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주식 채권 등을 사고팔면서 발생한 매매이익에 대해 전체 펀드 투자기간의 순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이번 개정으로 펀드 투자이익이 같은데도 이익이 발생한 시점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는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A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해 첫해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이듬해 500만원 손실을 본 뒤 환매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시행령에서는 첫해 154만원(1000만원×세율 15.4%)의 세금을 내고 이듬해엔 안 낸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환매 시점에 2년간 합계 순이익 500만원에 대한 세금 77만원(500만원×15.4%)만 내면 된다. 다만 주식 배당이나 채권 이자 등 확정 이익은 지금처럼 매년 과세한다.

증시 급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된 경우 매매이익 유보를 통해 과세표준(과세기준금액)을 낮춰 ‘세금 폭탄’을 회피할 수도 있다.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세율은 최소 15.4%에서 최대 41.8%로 소득세율(15.4%)보다 높다. 반대로 환매시 합산 이익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돼 총 세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조성호 삼성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투자자들은 금융소득 금액과 시장 전망에 따라 펀드 환매나 세금 유보를 결정해야 한다”며 “프라이빗뱅커(PB)의 세무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