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인수전 사활 건 '베팅'…한국금융·KB, 인수가 1조 이상 써내 '초접전'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몸값으로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안했다. 국내 증권사 매물 중 마지막 대어(大魚)로 꼽히는 현대증권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베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그룹과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이 29일 현대증권 인수 제안서를 심사한 결과 한국투자금융과 KB금융은 모두 1조원 이상의 인수 가격을 제시했다. 현대증권 매각 대상 지분(22.56%) 시가 3580억원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 모두 인수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의 인수 가격을 써내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매각 측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매물로 나온 마지막 대형 증권사를 반드시 잡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현대증권 몸값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금융과 KB금융은 작년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미래에셋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신 뒤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해왔다.

인수가와 함께 우발채무에 따른 가격 조정 등 인수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두 인수 후보 간 우열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매각 측은 당초 3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일정을 바꿔 다음달 1일 이후로 결과 발표를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현대상선 채권단에 통보했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은 우선협상자 선정이 계속 지연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현대증권 입찰에 뛰어든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시한 인수 가격은 1조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현대그룹 품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투자금융, KB금융과 함께 본입찰에 참가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액티스의 제안 가격은 80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오는 5월 말까지 대주주 변경 승인 등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좌동욱/윤정현/김은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