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영진 형사처벌 피하기 어려울 듯

대우조선해양이 과거의 재무제표가 잘못됐다고 사실상 인정함에 따라 분식회계 여부와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에 속도가 붙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25일 "대우조선이 정정 공시할 재무제표를 들여다봐야겠지만 과거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취지라면 진행 중인 회계감리 절차가 지금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대우조선에 누적된 수조원대 손실이 작년 재무제표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회계 절벽'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는지, 책임자가 누구인지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춰 회계감리를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은 2014년 4천71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장부에 기록해 공시했다.

그러나 작년 5월 정성립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해 5조5천억원의 적자를 작년도 재무제표에 기록했다.

대우조선은 작년 영업손실 5조5천억원 중에서 2조원을 2013년과 2014년의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수정된 재무제표를 공시할 계획이다.

외부 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최근 감사 진행 과정에서 과거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어 정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재무제표 작성 주체인 대우조선은 이를 수용했다.

이 때문에 오는 30일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은 지난 22일까지 금감원에 제출하게 돼 있는 감사보고서를 제때 내지 못했다.

정정된 재무제표에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4천242억원, 4천543억원씩 기록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과거 적정 의견을 낸 재무제표의 오류를 인정한 상황이고, 대우조선 현 경영진 역시 전 경영진의 분식회계 의혹을 적극적으로 규명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계감리가 예상 외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조선과 딜로이트안진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 해도 정확한 분식회계 액수 산정과 책임자 규명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작년 9월 3천800억원대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대우건설에 대한 회계감리를 마무리하는 데 무려 1년 9개월이 소요됐다.

대우건설은 최근 회계감리 결과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감리 과정에서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과 딜로이트 안진이 회계 상의 오류를 인정하고 나서면서 제재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대우건설에 법정 최고 수준인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분식에 고의성이 약했다고 보고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경우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로 예상돼 최고 수준의 과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전 경영진이 검찰에 고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인정한 셈이어서 책임자 가려내기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며 "분식회계 규모와 공적 자금 투입 등 국가경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차대운 기자 banana@yna.co.kr,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