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연임 성공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전설의 제임스'가 또 한 번 전설을 썼다.

유상호(56) 한국투자증권 사장 얘기다.

그는 24일 한국투자증권 정기 주총에서 9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자신이 보유한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유 사장은 올해로 10년 째 회사를 이끌게 됐다.

증권업계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3년 남짓인 점에 비춰보면 9번째 연임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경북 안동 출신인 유 사장은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6년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1992∼19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근무한 뒤 메리츠증권을 거쳐 2002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2007년 3월 47세의 나이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가 된 유 사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면서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로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내에서 상위권에 자리하는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던 2011∼2013년 3년 연속 순이익 1위를 기록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던 2014년에도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2천2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2천84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5년 연속 업계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다.

이 같은 성과를 내는 데는 1990년대 런던 근무 당시 국내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해 '전설의 제임스'로 불린 유 사장의 비즈니스 능력과 뚝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 밑바탕에는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는 유 사장의 경영 철학이 깔려 있다.

최근 열린 워크숍에서 신입 사원들이 새벽까지 유 사장의 방에서 술을 함께 마셨을 정도로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유 사장은 지속적인 만남과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간다.

특히 직원들에게 종종 "1등은 마약과도 같다"고 얘기하는 유 사장은 "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대우를 받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선순환 경영' 철학을 주창하며 철저한 성과 보상을 강조해 왔다.

이는 임직원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국금융지주 산하 계열사에서 '빽'으로 들어온 사람은 김남구뿐"이라고 농담하는 '오너'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자신감에서도 드러난다.

"증권업계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면 컴퓨터와 사무실만 남는다"는 유 사장의 지론대로 인적 자원 관리를 중시한 결과 한국투자증권 직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10년6개월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길다.

증권업계에서 4천여 명이 직장을 떠난 2014년에도 한국투자증권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오히려 150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인력과 지점을 축소할 때 한국투자증권은 신입사원을 예년 수준으로 뽑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에 진입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미 200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0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설립한 KIS베트남은 당시 업계 50위에서 작년 9위로 급성장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친베트남'파인 유 사장은 지난달 베트남 현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해외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기만 하면 이를 다른 신흥시장에 이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베트남의 성공 DNA를 인도네시아에 도입해 아시아 최고의 증권회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말로 예정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이날 주총을 마친 뒤 "앞으로 한국투자증권이 국가대표 증권사로서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공정한 플레이를 통해 보다 신뢰받는 선진시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선도 증권사의 역할도 다해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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