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2일 오후 4시2분

[마켓인사이트]  BBB급 회사채도 덩달아 '불티'
하이일드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늘면서 이 펀드의 주요 편입 종목인 신용등급 BBB급 회사채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BBB급은 ‘AAA’부터 ‘BBB-’까지 총 10개의 투자적격등급 중 하위 1~3위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벌크선(곡물 철광석 등을 나르는 선박) 전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신용등급 BBB+)은 지난 21일 1년 만기 회사채 1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회사채는 한 자산운용사가 운용 중인 하이일드펀드에 담기 위해 전량 사들였다. 채권 금리는 연 4.8%로, 발행 당일 폴라리스쉬핑의 1년 만기 회사채 유통 금리(연 5.065%)보다 0.2%포인트가량 낮았다. 하이일드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비교적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과 인쇄용지 업체인 한솔아트원제지도 최근 각각 2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해 자산운용사에 팔았다. 레미콘 업체인 아주산업도 이르면 이달 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AJ네트웍스와 노루페인트도 4~5월 각각 560억원, 100억원 규모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조만간 새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등급은 다섯 곳 모두 ‘BBB+’다.

전문가들은 하이일드펀드가 낮은 신용등급 탓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에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사채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비우량 회사채가 이처럼 소화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BB+’ 등급 회사 중 실적과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곳이나 그보다 등급이 낮은 ‘BBB0’ ‘BBB-’ 등급 기업은 여전히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 자산운용사는 자체 내규에 따라 ‘BBB0’ 이하 회사채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내달 12일 2500억원 규모로 발행 예정인 대한항공(BBB+) 회사채의 경우 자산운용사들이 재무구조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해 투자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