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자회사 두산건설 살리기에 나서면서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이 2013년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대신 상환할 계획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RCPS 조기 상환 문제가 꽃샘추위처럼 잠깐 지나가는 악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오는 12월16일 만기인 두산건설 RCPS 투자자들의 청구 분을 조기 매입하고 일부 금액을 RCPS로 재발행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이 2013년 RCPS을 발행할 당시 보증을 섰다. 두산건설은 RCPS 만기일인 이전에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2단계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RCPS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9일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고, NICE신용평가도 이달 18일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했다. 투자자들이 RCPS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두산중공업 주가는 흔들렸다. 이날 장 초반 5% 넘게 급락했다가 오후 2시26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300원(1.42%) 내린 2만8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RCPS 조기 상환이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두산중공업이 RCPS를 재발행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만큼 RCPS 만기일이 오히려 연장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RCPS 재발행에 성공할 경우 만기가 올해 말에서 다시 2~3년 뒤로 미뤄지는 것"이라며 "두산건설은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신규 RCPS의 모집도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RCPS 재발행 조건은 두산건설이 연 6.5%의 배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존과 거의 동일하다"며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수요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두산중공업 본업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주가가 단기 조정을 받은 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약점인 두산건설 리스크에 대해서는 이미 시장이 인지하고 있고,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며 "두산중공업 본업 자체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두산건설 RCPS 문제는 단기 악재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수주는 2012~2013년 5조8000억원 수준에 그쳤으나 2014년과 지난해 각각 7조8000억원과 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의 수주 정상화로 인해 올해와 내년에는 매출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공식적으로 11조4000억원으로 잡고, 수주목표 외에 수의협상 등으로 수주가 확실한 물량을 10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며 "올해부터 중공업 부문의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개선)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