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끝모를 야성(野性)을 드러내고 있다. 박 회장이 KDB대우증권 인수 절차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증권사 매물인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증권업계가 적잖게 놀라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등 다른 현대증권 인수 후보는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까지 놓칠까 봐 긴장하는 모습이다.

◆‘10조 덩치’ 꿈꾸는 미래에셋

KB금융·한국금융 '2파전'으로 굳어지는줄 알았는데…미래에셋, 현대증권 인수전 '메가톤급 변수'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을 이른 시일 안에 자기자본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다음달께 KDB대우증권 인수(가격 2조3205억원)를 마무리한 뒤 연내 양사 합병으로 탄생할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자기자본 5조6000억~5조8000억원 규모가 된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증권이 자체 성장으로 몸집을 불려 자기자본을 10조원대로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현대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이 유력한 성장 대안으로 검토되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증권사는 일본 노무라증권이다. 노무라증권은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 부문을 인수하는 등 M&A로 덩치를 키워 자기자본 24조원 규모의 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과 고위 임원들은 지난달 노무라증권을 방문해 미래에셋증권의 발전 방안에 관해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2000억원 규모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이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합병하면 2조원가량을 추가로 자기자본으로 쌓을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M&A와 실적 개선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10조원 이상으로 늘려 노무라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대표 증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KB금융·한국금융 ‘긴장’

다른 현대증권 인수 후보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는 25일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현대증권을 미래에셋증권에 뺏기거나 당초 예상보다 비싼 값에 인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참여한다면 또 다른 큰 변수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단은 실사를 바탕으로 가격을 산정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회사의 의사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현대증권 인수 여력이나 진정성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수금융으로 8000억원을 조달해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마당에 현대증권까지 인수할 자금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경쟁사인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를 견제하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자금 조달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8000억원의 인수금융을 받은 것은 자금운용을 여유있게 하기 위한 것일 뿐 자체 자금만으로도 인수 여력은 충분했다”며 “현대증권을 인수해도 경영권은 LK투자파트너스가 행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임도원/윤정현/김은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