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막자"…자본잠식률 79.8%에서 벗어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의 주주들은 상장폐지를 막자며 7대 1 감자를 의결했다.

현대상선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현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안건과 주식병합안을 확정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현 회장과 김명철 상무가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고 김정범 전무(현대상선 비상경영실장)와 김충현 상무(현대상선 재무책임자)가 선임됐다.

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현대상선이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추진하는 데 이사회가 더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의 이사보수 한도는 지난해 70억원에서 35억원으로 50% 삭감했다.

아울러 현대상선 주주들은 7대 1 감자를 의결해 회사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감자 방법은 액면가 5천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했다.

이에 따라 보통주 1억9천670만7천656주와 기타주식 1천114만7천143주는 각 85.71%의 비율로 감자됐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세우고 있지만 글로벌 해운시장 불황에 따른 운임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식병합의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자본잠식률이 79.8%에 이르는 상황을 해소하지 못해 2017년 초 상장 폐지될 우려가 크니 백 번 헤아려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자본잠식률 50% 이상 상태가 2년 연속 발생하면 상장폐지 요건이 된다.

주주 신모씨는 "주가가 내리기만 하고 감자소식까지 들으니 막막했지만 상장폐지를 할 수는 없다"며 "조선업만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해운도 똑같이 강력한 지원을 받아서 회사를 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들도 "상장폐지는 안된다.

어쩔 수 없다"며 주식병합에 동의했다.

주식병합은 주총 참석 주식 수의 50% 이상 찬성이 필요한 보통결의에 해당하는데 88%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현대상선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 5조7천685억원, 영업손실 2천535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 2천820억원에서 비지배지분 429억여원을 빼고, 자본금 1조1천824억으로 나누면 20.2%이다.

자본잠식률이 79.8%에 이른 것이다.

현대상선 별도 기준으로는 지난해 매출액 5조5천93억원, 영업손실 2천761억원이다.

현대상선은 "주식병합으로 용선료협상, 채무조정, 자율협약, 현대증권 자산 매각 등 현재 추진중인 자구안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