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 분식회계와 부실 회계감사를 막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회계법인 대표 징계안’에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회계업계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규정을 정밀 심사하기로 해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16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입법 예고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예비심사한 결과 ‘중요 규제’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제재 대상에 회계법인 대표 등을 포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오는 25일 본 위원회를 열고 시행 세칙 개정안을 최종 심사할 예정이다. 심사 결과 ‘철회 권고 결정’이 나오면 개정안은 무효가 된다. ‘개선 권고 결정’이 나오더라도 권고안에 따라 내용을 크게 바꿔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국제적으로 비슷한 징계 사례가 없고 회계법인 반발이 큰 점 등을 고려해 회계법인 대표 징계 방안을 본 위원회 심사 안건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기업 부실회계가 잇따르자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 대상 범위를 회계법인 대표 등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세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분식회계에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부장 이사 등 중간관리자급 회계사뿐 아니라 회계법인 대표까지 직무정지, 해임권고, 검찰 고발 등 제재 대상으로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지난달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회계업계는 회계법인 대표 징계안을 놓고 “업계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연간 2000개에 달하는 외부감사 결과를 회계법인 대표가 책임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허수아비 대표를 내세우는 등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