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내할 수 있는 원금손실률이 낮다면 기대수익률도 낮춰라"
“당신은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나요?”

펀드나 변액연금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작성해야 하는 투자성향진단서에 나오는 질문이다. 투자자들은 이 질문을 읽고 ‘정기예금 금리 수준,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간 높은, 상당히 높은, 매우 높은 수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인 만큼 대부분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그렇다면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원할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2015년 펀드투자자 조사 결과에서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투자성향진단서와 달리 설문조사 대상자들이 원하는 숫자를 적는 주관식 문항이라서 결과가 더 구체적이다. 조사 대상자들(만 25세 이상 성인 2471명)은 금융상품 투자에서 연 15.1% 수익률을 기대했다. 이는 1%대 초반까지 낮아진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감내할 수 있는 원금손실률이 낮다면 기대수익률도 낮춰라"
금융상품 투자에서 기대수익률은 매우 중요하다. 기대수익률을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돈 좀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투자에 나서면 수익이 났을 때는 언제 수익을 실현할지 고민스럽고, 손실이 났을 때는 언제까지 버틸지 선택이 어려워진다. 이와 달리 기대수익률을 잡아 놓으면 기대가 충족됐을 때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수익이 났지만 아직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는 기대수익률과의 차이를 투자 중단 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기대수익률을 잡았는데 손실이 났다면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바로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원금손실률이다. 그래서 투자성향진단서에서 기대수익률과 쌍을 이루는 질문도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견딜 수 있는 원금손실률은 어느 정도입니까?”이다. 예를 들어 원금손실률이 50%이면 100만원을 투자해서 50만원의 원금을 날린다는 의미다. 펀드투자자 조사에서 나타난 감내할 수 있는 원금손실률은 연 6%였다. 투자자들은 기대하는 연 수익률(15.1%)의 절반도 안 되는 원금손실률만을 견딜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수익, 적은 손실’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다. 사람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행동경제학은 이를 가리켜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이라고 부른다. 손실은 똑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훨씬 강하게 평가된다는 것으로, 위의 연 6% 원금손실률이 수익률로는 연 15.1%에 해당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는 손실회피 성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이 쾌락을 얻는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플러스적인 자극보다 마이너스적인 자극에 훨씬 민감하다는 것이다. 당신의 기분을 더 좋게 하는 것이 꽤 있긴 하지만, 지금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무한대로 많다.”

손실회피 성향을 인정한다면, 투자자들은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원금손실률을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춰 기대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금융 투자를 시작할 때 ‘수익률은 높을수록 좋지’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투자할 때 수익에 항상 따라붙는 손실위험은 간과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원금손실률이 낮다면 그만큼 기대수익률도 낮춰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