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에 '화들짝'…TRS 통한 '주식 파킹' 원천봉쇄
금융당국이 지분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총수익스와프(TRS) 같은 파생상품 계약을 악용하는 행위를 차단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엘리엇 사태’를 계기로 복잡한 거래구조를 내세워 규제를 빠져나가는 TRS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공시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한 공시위반 제재를 결정하면서 TRS 등 파생상품 계약을 지분공시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들여다봤다. 지분공시 대상에 파생상품을 포함시키고 파생상품 계약에 대해 포괄적인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RS는 헤지펀드 등 투자자가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고 보유 현금 이상으로 레버리지(차입금으로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일으켜 특정 주식을 사고팔도록 의뢰하는 형태의 파생상품이다. 이때 ‘매수 의뢰한 주식의 의결권과 지분공시 의무’는 증권사에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해 삼성그룹을 상대로 일전을 치른 엘리엇이 이 점을 악용해 삼성물산 지분을 ‘파킹(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거래)’해 놓는 식으로 지분공시 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지난 24일 엘리엇을 검찰에 통보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시의무 대상에 TRS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면 5일 이내에 그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주식 등’에는 주권, 신주인수권 전환사채권 교환사채권 기타 파생결합증권 등이 해당되지만 TRS 같은 파생상품은 포함되지 않는다. 파생상품을 명시해도 소유권 논란은 불거질 수 있다. 현행법상 주식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취득할 권리’를 갖고 있으면 공시를 해야 하지만 TRS 계약에서 권리가 계약서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홍콩 등은 TRS를 악용한 사례가 잇따르자 공시를 제도화했다. 영국은 헤지펀드 등이 파생 계약을 맺은 주식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공시 포괄주의를 채택했다. 다만 소유권 포기를 계약서에 명시하면 의무를 면제하는 등 폭넓은 예외를 허용한다. 한국에서도 영국식의 포괄주의 공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TRS 공시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과잉 규제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 총수익스와프

TRS(토털 리턴 스와프). 투자자가 계약자인 증권사 등에 특정 주식을 사달라고 주문하면서 수수료를 주는 대신 매매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가 가져가는 파생상품. 해당 주식의 의결권과 소유 보고 의무는 투자자가 아니라 계약자에게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