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오른쪽)이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 국가증권위원회(SSC)에서 부방 SSC 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오른쪽)이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 국가증권위원회(SSC)에서 부방 SSC 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베트남 현지법인인 KIS베트남을 대형 종합증권사로 키운 뒤 사업모델을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할 겁니다. 베트남이 아시아 최고를 향한 교두보가 되는 셈이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KIS베트남을 현지 5위권 증권사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의 소형 증권사 EPS 지분 48.8%를 인수해 KIS베트남으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베트남 내 100여개 증권사 중 70위권(시장점유율 기준)이었던 이 회사는 지난해 8위로 올라섰다.

유 사장은 일찌감치 베트남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는 “1990년대 영국 런던법인장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신흥국에서 성장하는 과정과 러시아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시기에 미국이 돈을 버는 방법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국가이자 경제 성장이 시작된 베트남은 그에게 ‘돈이 나오는 새로운 길목’이었다. 유 사장은 “무엇이 올지 예측하고 미리 길목을 지키는 것이 돈을 버는 비결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주식시장이 문을 연 2000년만 해도 상장 종목은 13개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6~7%대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주력소비계층(20~45세)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구조 △싼 인건비와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세 등이 매력적이었다.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법인세 감면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06년 국내에서 처음 베트남 펀드를 선보였다. 초반엔 상승장을 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수익률은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잠시 숨을 고른 뒤 2010년 현지의 소형 증권사(EPS)를 인수해 키우기 시작했다. 인수 2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켰고 0.25% 정도였던 시장점유율을 4.3%로 끌어올렸다.

외국인 지분 보유 제한이 풀린 것은 작년이지만 한국투자증권은 2014년 KIS베트남 지분율을 92.3% 확보했다. 유 사장은 “총리실의 특별허가를 받아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부방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 위원장과 10년 넘게 쌓아온 친분 등이 신뢰를 높인 덕분이다. 작년엔 8491억동(약 43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몸집을 불렸다. 지분율은 98.2%로 높아졌다.

KIS베트남은 호찌민 본사와 하노이 지점 등 4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주재원을 포함해 173명이 일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지점 두 곳을 늘리고 영업인력 등 100여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중심인 만큼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개인들과의 접점을 넓히며 인지도를 높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주식시장에서는 개인 거래 비중이 80% 이상이다. KIS베트남은 현지 증권사들이 하지 않는 투자설명회도 매년 두 차례 하고 있다. 소득 상위 30% 이내의 중산층이 주요 고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에서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현지기업 인수합병(M&A) 자문 등 IB 업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베트남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시장이어서 투자가치가 높다”며 “베트남 주식시장의 규모가 더 커지면 전 세계 투자자를 상대로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