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 예탁원 사장
유재훈 예탁원 사장
"혁신적인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예탁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들과 협력·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남은 임기 동안 '혁신'과 '글로벌화'를 화두로 삼고 회사를 이끌 것입니다."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사진)은 23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전자증권·ISA로 혁신적 노력 결실…태국·필리핀과 구체적 사업 논의

유 사장은 혁신적 노력이 나타나는 분야로 '전자증권제도'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꼽았다.

전자증권제도는 전자적 등록을 통해 증권을 발행, 유통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탁원은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될 경우 발행회사의 자금조달기간이 단축되고 증권거래의 투명성 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사장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빅데이터 사업 등은 전자증권에 의해 뒷받침될 때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자증권법 제정법안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 상정 후 법이 제정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9년경 시행될 예정이다.

최근 퇴직연금 플랫폼과 ISA 전용시스템을 구축한 데 대해선 "예탁원이 증권을 집중 예탁관리하는 업무에서 벗어나 은행, 보험 등의 후선업무도 취급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에 엄청난 혁신과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탁원은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오는 8월까지 인도네시아 펀드플랫폼(NFS) 수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아시아 역내 타겟 마케팅을 통한 인프라 수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는 구체적인 사업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2014년부터 꾸준히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과도 새로운 사업들을 본격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은 중동지역의 몇 안되는 제조강국이라며 상당한 투자 수요가 있어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란은 사회간접자본(SOC)뿐 아니라 제조업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 수요가 있는 나라"라며 "이는 상당한 자금조달 수요가 있다는 것도 의미하므로 이를 어떻게 충족하고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예탁원은 오는 5월16일부터 나흘 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이란 투자설명회(IR)'에 초대받았다. 국내 금융투자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성과주의 문화 담보 없이 혁신·글로벌화 추진 어려워"

유 사장은 "성과주의 문화를 담보하지 않고선 혁신을 위한 노력, 글로벌화를 순탄히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탁원은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기 전부터 성과주의 문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지난 1~2년간 경영혁신 노력과 조직개편 등을 진행한 것이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의 기본 정책방향을 바탕으로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예탁원은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체계를 혁파하고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성과 연봉제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는 직무분석 및 직원평가시스템 개편, 보수체계 재설계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가장 큰 쟁점인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선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예탁원에 대한 지분 매각 등도 원만히 해결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글로벌 금융사들의 새로운 키워드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판단이다.

블록체인이란 금융회사가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분산화해 저장할 수 있는 '온라인 거래장부'다. 최근 핀테크 사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어 전 세계의 금융사들이 관련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은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저렴한 가격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고 거래의 안정성, 완결성 등을 담보할 수 있는 개념이므로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또 수 차례 유찰되고 있는 일산센터 매각에 대해선 "매각이 성공한다면 회사에 도움이 되므로 주저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국토교국가계약법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고 있어 절차가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신속한 매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의 관계기관을 통한 매입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