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 7원 올라 >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34원40전까지 오른 19일 KEB하나은행 외환딜러들이 거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원·달러 환율 7원 올라 >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34원40전까지 오른 19일 KEB하나은행 외환딜러들이 거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함.’

19일 오전 11시30분. 기획재정부와 한은 출입기자들에게 이 같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속속 들어왔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치솟아(원화가치 하락) 달러당 1240원 돌파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이 아니라 급등에 공동 개입한 것은 2011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추락하는 원화가치] 원화값 하락에 베팅하는 시장…"달러당 1300원선 넘을 것"
◆모건스탠리 ‘원화 팔아라’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60전 오른 달러당 1231원으로 출발했다. 지난 16일부터 전일까지 사흘 연속 상승한 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잠잠했던 외환시장은 이내 급등세로 전환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전날 밤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신흥국 통화약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 중국 경기지표 부진 등이 겹치며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30원 넘게 올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이날 급등세는 의외였다. 선물회사 관계자는 “수급 면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세력이 많아졌다”며 “원화값 추가 하락에 더 많이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이날 외환보고서에서 원화를 ‘우선 매도할 통화’로 꼽았다. 중국 경기둔화, 높은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로 원화가치가 올해 내 달러당 13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급등 주시하는 당국

오전 11시29분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39원60전까지 치솟았다. 2010년 6월30일 이후 처음 1240원을 넘길 기세였다. 이때 홍승제 한은 국제국장과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시장 내 쏠림현상이 심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후 환율은 달러당 1227원대까지 하락했다가 7원 오름세로 마감했다.

정부와 한은이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2014년 7월2일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땐 환율이 급락했다. 그동안 정부와 한은 관계자가 비공식적인 개입성 발언을 했던 것도 주로 환율 하락 때문이었다. 경상수지 흑자와 엔화 약세 등으로 원화가 너무 강세여서 문제였다.

◆“달러당 1300원 넘을 수도”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그동안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신흥국이나 유럽, 일본과 비교할 때 원화의 내재가치는 여전히 높다”며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한국 투자보다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 약세가 원화의 동반 약세를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오는 3분기 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8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일부에선 장기적으로 봐도 미국 금리인상 변수 때문에 원화 약세가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의 원화 강세가 약세로 전환하면 수출에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원·엔 환율은 이날 100엔당 1090원대까지 올라 201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환율 급변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금융시장 불안과 자금 유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