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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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기아차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엔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기대감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 엔고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2시11분 현재 현대차는 전날보다 5000원(3.82%) 오른 13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차도 5.97%의 급등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를 바라보던 부정적인 시각을 엔고가 그나마 상쇄시켜 주고 있다"며 "모든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안 좋은 상황이라 현대차와 기아차에 매기가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한때 2년 만에 최고치인 100엔당 1070원대로 올라섰다. 엔·달러 환율도 111엔선까지 떨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유럽 신흥국 등에서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상대적으로 한국차의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달러 소비자는 기존에 일본차를 사기 위해 1달러로 111엔 이상 지불했지만, 현재는 111엔밖에 내지 못해 일본차의 달러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 엔고의 배경을 생각하면 실제적인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관성적으로 보면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이 유리해질 수 있는 국면"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엔고는 세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경기가 둔화되면 소비재인 자동차의 수요 자체가 불안할 수 있다"고 했다.

엔고에 따른 한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보다 자동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양국 자동차 업체의 재무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일본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더 많다는 지적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6%대까지 떨어졌지만, 도요타는 10% 이상"이라며 "현대차보다 도요타가 판촉비(인센티브)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고 연구원은 "경기둔화로 차가 안 팔리면 울며 겨자먹기로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며 "이 경우 돈 많은 쪽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