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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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행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계 증시가 불안에 떨고 있다. 유럽과 미국 금융주들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금융주들이 지수하락을 이끌면서 주요국 증시들도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12일 국내 증시가 비교적 유럽은행발(發) 문제에 영향을 덜 받고 있다면서도 섣불리 위험자산을 늘릴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간밤 미국 증시와 유럽증시는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금융주 급락 영향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0%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23%와 0.39% 내렸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탁스50지수는 3.62% 하락했다.

지수 하락을 이끈 것은 금융주들이었다. 유럽 은행들의 부실우려가 확대되면서 유럽 금융주들은 크게 하락했다. 특히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 이자지급 문제를 겪고있는 독일 도이치뱅크는 6.57% 급락했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금융권의 부실 문제가 세계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며 "최근 도이치뱅크의 수익성 악화로 코코본드의 이자지급이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란 특정 사유 발생 시 주식으로 변환되거나 상각되는 회사채다. 평소에는 채권으로 분류돼 자기자본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채권처럼 거래된다. 그러나 은행의 자본비율이 규제 수준을 밑돌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고, 배당 가능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4분기 11억 유로(약 1조49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대규모 손실이 난 것은 처음이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유럽 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이 보유한 파생상품이 빠르게 부실화되고 있다"며 "결국 금융위기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은행권 불안'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세계 증시가 요동친 것이란 분석이다. 김형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권 부실 문제가 생기자 또다시 2008년 리먼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시장이 불안에 떨면서 세계 증시가 급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럽 은행 부실 문제로 인한 세계 증시 하락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과거에는 은행 부실 문제가 발생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정부가 '정책'을 통해 이를 잠재웠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 부실 문제가 확대되면 정부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실시하거나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해줌으로써, 은행의 유동성에 숨통을 틔어줬다. 이후 은행 부실 문제가 진정되면 위험선호 현상에 의해 주가가 상승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그러나 결국 도이치뱅크와 같은 건전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은행발 문제가 국내 증시에 주는 영향은 비교적 작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의 경우 양적완화(QE)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의 정책을 시행하지 않아 은행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김은갑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세계 은행과 여건이 다른 부분이 많다"며 "유럽 은행 부진 우려로 국내 은행주가 하락한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도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은행이나 금융주가 크게 하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형래 연구원도 "유럽은행 사태가 국내 증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다만 그로 인해 세계 증시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는 만큼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