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28일 오후 4시26분

세계 1, 3위 물류회사인 DHL과 UPS가 국내 4위 택배회사인 로젠택배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HL은 HSBC증권을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로젠택배 예비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UPS도 예비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인수자문사 선정작업을 하고 있다. UBS가 UPS의 유력한 인수자문사로 거론된다.
[마켓인사이트] 로젠택배 인수전, DHL - UPS 맞붙는다
로젠택배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베어링PE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난해 말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JP모간은 최근 국내외 잠재적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보내며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들어갔다. 올 1분기 중 예비입찰을 거쳐 상반기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등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들은 매각 주관사 선정 당시 인수 의사가 없음을 밝혀 ‘흥행’에 먹구름이 끼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회사들이 인수전 참가를 준비함에 따라 치열한 인수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등 대형 PEF와 한국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도 인수 후보로 꼽힌다.

로젠택배는 국내 택배시장의 10.9%(2014년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CJ대한통운(37.7%) 현대로지스틱스(12.9%) 한진택배(11.5%)에 이어 국내 4위다. 2014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35억원과 207억원이었다.

글로벌 물류회사들이 로젠택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독특한 사업구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물류시설과 영업망을 보유한 종합물류회사와 달리 로젠택배는 자체 물류 인프라가 없는 ‘택배 프랜차이즈’ 구조를 지니고 있다. 개별 택배 영업주들과 맺은 계약에 따라 화주로부터 따낸 물류거래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은 2자 물류회사(계열사 간 물류를 처리하는 회사) 및 3자 물류회사(외부 고객사의 물류를 처리하는 회사)와 구분해 4자 물류회사로 불린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장기·고정계약에 주력하는 종합물류회사보다 경기 및 업종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경기 변동에 따라 택배 종류와 물량이 급변하는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물류회사들도 장기·고정 물류계약과 4자 물류계약 비중을 5 대 5로 가져가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DHL과 UPS는 글로벌 4자물류망을 강화하기 위해 로젠택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 택배시장의 성장성도 글로벌 물류사들의 인수전 참여 배경으로 꼽힌다. 관건은 가격이다. 베어링PE는 2013년 미래에셋PE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100%를 158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5월엔 중소형 회사인 KGB택배 지분 72.2%를 250억원에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베어링PE는 2014년 로젠택배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인 239억원의 20배에 달하는 4000억원대 가격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