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이코노미가 뜬다
작년 기준 국내 전체 가구 중 27.1%가 1인 가구다. 4인 가구 비중은 18.8%에 그친다. 그야말로 같이 사는 것보다 혼자 지내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됐다. 자연스레 혼자 먹고살기에 좋은 상품이 인기다. 집과 자동차, 전자제품 모두 소형이 대세다.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 시대라 부를 만하다.

유통업계도 솔로 이코노미 영향권 아래에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같은 대형 매장은 주춤한데 소규모 편의점만 나홀로 성장세다. 오프라인 매장은 힘들다고 아우성이지만 온라인몰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무조건 싸고 편리하게

대한상공회의소는 1인 가구의 특징을 ‘SOLO’로 정리했다. 첫 번째가 자기지향적(self) 특성이다. 남들과는 다른 개성을 추구한다. 자기계발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셀프서비스를 선호해서 무슨 일이든 혼자서도 척척이다. 나홀로 여행이나 식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혼자서 영화 보는 것도 거리낌 없다.

두 번째는 온라인(online) 선호다. 대한상의 조사 결과 1인 가구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뺀 패션 의류와 가전, 신발, 화장품, 생활용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특징은 저가(low price)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아무 때나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사기도 하지만 할인 기간을 기다리는 이들이 더 많다. 다소 비싸더라도 양질의 제품을 사겠다는 질문에 대해 3~4인 가구의 55.6%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1인 가구 중에선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7.6%였다.

마지막 특징은 원스톱(one-stop)이다. 무조건 빨리빨리라는 한국인의 특성에 편리함을 합쳤다. 제품을 사든 서비스를 받든 한 번에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복잡하고 번거로우면 바로 ‘아웃’이다. 좋아하는 요리를 보면 이런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떤 요리를 즐기느냐는 질문에 3~4인 가구는 신선식품(76.6%)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간편식과 가공식품 비중은 각각 12%, 10.3%였다. 이에 비해 1인 가구는 간편식을 선택하겠다는 답변 비율이 38.5%였고 가공식품 비중도 21.8%였다. 3~4인 가구에 비해 간편식은 3배, 가공식품은 2배나 더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유통업체의 변화

유통업체들도 ‘솔로 이코노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소셜커머스업체와 손잡고 있다. 온라인에 능한 1인 가구를 잡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소셜커머스업계 1위인 쿠팡에 입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티몬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작년 4월에 위메프와 독점 제휴를 맺었다. 소셜업체를 통해 2030 소비자들의 유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형마트도 1인 가구를 위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4년 6월 경기 용인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지은 데 이어 이달 경기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추가로 세운다. 롯데마트는 미리 주문한 상품을 자동차에 탄 채로 찾을 수 있는 ‘드라이브 앤 픽’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편리한 온라인 주문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배송 시간이 들쑥날쑥한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주문을 하면 ‘장보기 도우미’를 통해 소비자가 살고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홈플러스 매장에서 직접 양질의 상품을 골라준다. 주문 당일 바로 상품을 배송해준다. 홈플러스는 자사의 쇼핑몰용 앱(응용프로그램) 외에 다른 앱도 개발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주요 소비층인 간편식 사업은 대형마트 3사의 공통 관심사다. 가정 간편식 시장은 연 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강호민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 여력이 큰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들의 소비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